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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대한민국 vs 세르비아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감상평

세상만사/스포츠
2009. 11. 19. 10:39, Posted by ScottRhee
(세르비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는 분을 위해;;)

■ 19일 전적
▲ 런던
대한민국 0 (0-1 0-0) 1 세르비아
△ 득점 = 전 8 니콜라 지기치(세르비아)

■ 출전 선수명단
▲ GK = 김영광
▲ DF = 오범석(후 0 차두리) 이정수 조용형 이영표
▲ MF = 김남일 조원희(전 35 김두현, 후 36 김형일) 박지성(후 25 강민수)
▲ FW = 염기훈(후 0 이근호) 설기현(후 14 이동국) 이청용


허둥대던 전반

전반전에 정신도 차리기 전에 실점. 세르비아 선수들이 체격도 엄청난데다 스피드까지 좋은편이라 뾰족히 답이 없더만. 워3으로 치면 사기유닛에 가까운 녀석들.. 하긴 그러니까 EPL, 라 리가 등에서 뛰지.. 

이정수가 걔들을 수비하려고 발바닥에 땀이 나게 뛰어다녔으나
지난번 평가전때까지만 해도 상대팀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다부지고 몸집이 커보였던 그가 그냥 일반적인 한국선수마냥 작고 재빠른 선수로만 보여지면서 오늘 경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허감독은 원톱을 들고나왔는데, 의외로 이동국이 아닌 설기현이 선발로 나왔다. 하지만 좌우 윙으로 출전한 염기훈 이청용이 몸싸움에 능한 선수들이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로 상대 수비수를 제칠수도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안정적 몸빵과 유럽식 크로스가 가능한 설기현이 왼쪽으로 내려와서 볼을 운반하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 이것은 전술적인 실패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인데(원톱이 좌측에만 틀어박혀있으면 공격은 누가..), 문제는 그상태에서 딱히 대안도 없는 상황이었다는것. 

중원에서의 볼운반은 김남일과 박지성이 담당하는 모양새였고, 이청용은 직접적인 볼운반보다는 세트플레이 또는 중원에서 볼을 받아 찬스를 연계시키는 역할에 주력했던것 같다. 

전반적으로 전술도 갑자기 바뀌고 선수구성도 많이 달라져,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근근히 버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찍 골을 허용한 것도 몸에 옷을 맞추며 허둥대다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나온 것. 

공격진 조직력이 완전치 않으니 설기현 원톱은 계속 중앙과 좌측으로 내려와 볼을 받고, 반대편에 있는 미드필더들이 전방에 침투하여 공격을 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그결과 제대로 된 슛도 못해보고 전반전이 끝나고 말았다. 위협적인 장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패스를 통해 뭔가 공격이 만들어지는 것은 볼 수 없었다. 

이영표, 김남일의 부활

전반전에 자기 플레이를 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영표와 김남일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이영표는 전성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왼쪽 풀백이면서도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듯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영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자리를 이미 확보했다고 봐도 될 듯. 김남일은 공수에 걸쳐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전형적인 중앙미드필더스런 경기를 펼쳤다. 특히 날카로운 공격전개 능력과, 넓은 시야를 과시하는 것이 많이 눈에 띄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모양인데, 김정우와의 주전경쟁이 점점 더 재밌어지게 생겼다. 이번 경기처럼만 하면 본선에서 선발출장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후반전에서는 전반전에 컨디션이 나빠보였던 우측 풀백 오범석이 빠지고, 차두리가 들어왔다. 역시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공격수 염기훈 대신 이근호가 출전했다. 

개인적으로 의외였던 것은 설기현이 그대로 후반전에도 원톱으로 나왔다는 것. 볼이 잘 안 도니까 직접 내려와서 공을 받은 것은 좋은데, 어쨌든 전반전의 전술이 효과적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므로 뭔가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헌데 염기훈을 비슷한 성향의 선수인 이근호로 교체한 것 이외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근호는 본인이 윙보다는 중앙공격수쪽에서 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중앙 공격이 어울리는 선수다. 볼운반보다는 활발한 움직임과 좋은 위치선정으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서 그들중에 하나를 성공시키는 가랑비식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이기에, 정통 윙어인 염기훈이 못하던 것을 포워드인 이근호가 그자리에서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설기현이 왼쪽에서 볼을 운반하고 이근호등이 중앙침투로 볼을 노리는 플레이가 가끔 나왔는데 설기현은 크로스를 잽싸게 올리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기회는 나오지않았다. 

다만 교체되어 들어온 차두리가 과감한 침투로 경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시작했는데, 공격쪽 전술이 안먹히는 상태 그대로여서 경기는 전반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김두현 차두리 이동국의 투입으로 분위기 반전 

이후 후반 14분에 이동국이 교체되어 들어왔는데, 이동국 역시 활발히 움직이며 2선에서의 볼운반을 돕기는 했지만 센터포워드 역할에 충실하여 사이드쪽으로는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시작하고, 전반 막판에 교체되어 들어온 김두현의 패스가 돌기시작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슈팅 시도 자체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으나, 2선에서 공을 받은상태에서 전방으로 침투해가는 이근호 이청용 등에게 볼을 배급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고, 헤딩 경합 등 몸빵 면에서도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맨유에서의 베르바토프의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조금 있었는데(물론 두 선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 말이 그렇단 얘기임) 다만 맨유에는 킬러가 수두룩하지만 한국에선 이동국이 킬러노릇까지 해야 되는 것이 안습. 틀어박히자니 공이 안오고, 내려오자니 슛할사람이 없고.. 역시 딴 선수는 다 빠져도 박주영만은 있어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영이 있었으면 경기가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미드필드 공동화를 낳은 수비수 투입

전반과는 달리 선수들이 자기자리를 지키면서 패스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볼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경기가 재미있어졌다. 박지성도 조금씩 전매특허인 그 플레이(중앙돌파시도-반칙얻기or패스연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헌데 한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박지성이 교체되어 나왔다. 수비수 강민수가 들어왔다(후25). 그리고 후반 36분, 김두현마저 수비수 김형일로 교체되어 나왔다. 이부분은 개인적으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교체였다. 가뜩이나 미드필더에서 볼 운반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중원 볼 운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지성과 김두현을 다 빼면 누가 볼을 운반하는가? 김남일? 이영표? 차두리? 흠... 정말 이영표가 전방으로 올라와서 볼 운반에 신경쓰기는 했으나, 이영표는 이미 여러 해동안 풀백으로만 뛰어온 선수다. 오버래핑 이상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아마도 저런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이 나온 것은, 기성용 김치우등 몇명의 주요 자원들이 K리그 플레이오프때문에 조기 귀국하여 교체할 선수자원 자체가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박지성 교체까지는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출장하지도 않은 김두현을 조기교체한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려대로 수비수 두 명이 교체되어 들어오는 시점부터,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공이 꽉 막혀서 안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의미없는 단발성 공격이 계속되다가 그대로 경기 끝.. 흠 꼭 경기분위기가 살아나던 그 시점에 수비수 두 명을 넣어야 했을까. 

임기응변과 다양한 전술적 테스트가 아쉬워

박주영 기성용 없이 프랑스를 제치고 예선 1위를 먹은 팀을 상대로 저정도라면 분명 나쁘지 않은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가로막힌 느낌이 든다면 포메이션 변화나 선수교체로 이를 극복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견이지만 허정무 감독은 이런 면에서는 능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경기중 투톱으로의 전술 변화, 설기현-이동국의 조합(설기현이 좌측 윙으로, 이동국이 센터포워드로), 김두현-박지성의 공존.. 이런 것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냥 선수 개개인의 능력만 체크하고 끝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놈의 박지성 시프트는 왜 그렇게 고집하는지.. 박지성의 유럽 진출 이후 경기들을 보면, 중앙에 섰을 때 속시원한 기량을 발휘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멀티플레이어로 소문난 박지성이지만 역시 맵시가 잘 살아나는 옷은 따로 있는 법인가 보다.  중앙미드필더를 볼 선수는 수두룩하니, 이제는 좀 박지성 시프트를 포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선수 평점. (5점 만점)

김영광(3) - 좋은 컨디션, 멋진 선방. 골키퍼는 포백을 지휘하는 역할도 하므로 오랜기간 수비진과 호흡을 맞춘 이운재를 누르고 주전으로 나오긴 어렵겠으나 백업골키퍼 걱정은 안해도 될 듯 
오범석(2) - 영향력 없었음. 국내복귀 후 계속 품이 떨어지는 모습. 차두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줄 확률이 높아졌다. 
차두리(3) - 활발한 오버래핑, 빠른 스피드를 통한 수비, 강력한 몸빵. 적어도 유럽팀 상대로는 선발출장해야 할 당위성이 높아졌음. 기존 수비수들과 호흡만 더 맞춘다면 더 강해질 수 있을 듯. 
이정수(3) -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숱한 공격을 차단. 세르비아 사기유닛들을 그정도로 상대한 것은 놀라웠음. 왜 자신이 주전인지를 보여준 경기. 다만 이정수도 아시아에서 경기할땐 사기유닛처럼 보였는데 (큰 몸집, 빠른 스피드) 유럽 사기유닛과는 역시 차이가.. ㅠ.ㅠ 
조용형(2.5) -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였음.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비진에 안정감을 주는 선수.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다재다능함도 과시. 다만 곽태휘가 제 컨디션을 찾으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음. 
이영표(4) - 전성기의 재림. 한국팀 MVP 
김남일(3.5) - 한층 넓어진 시야, 안정감있는 경기운영. 김정우를 제치고 주전을 차지할 수도 있을 듯. 현재 확률은 반반. 
조원희(2) - 영향력 없었음. 최근 경기출전을 못했다는 것이 확실히 눈에 띄는 수준. 게다가 현재의 허정무호 전술과도 잘 들어맞지 않는 느낌. 조원희는 미드필더에서 강력한 압박을 해주면 거기서 삐져나오는 볼을 처리하는 "미드필더의 스위퍼" 역할에 전념할 수 있어야 진가가 나오는 선수인데, 현재 허정무호는 그럴만한 상황이 못됨. 이번 경기로 거의 서브가 확실시 되었고, 최종 탈락할 가능성도 있어보임. 
김두현(2.5) - 뭔가 보여주기엔 시간이 많지 않았음. 패스연결을 많이 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동료들과 호흡이 그닥 맞지 않아보임. 박지성 시프튼가 뭔가 때려치우고 김두현이 중앙미드필더로, 박지성이 윙으로 서서 콤비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다만 기성용처럼 수비형 미드필더와 꼭 함께 뛰어야 하는 선수라, 현실적으로 최종엔트리에 들어간다면 기성용의 백업이 유력한 상황.  
김형일(2) - 시간이 없어서 뭔가 보여주기는 힘든 상황. 미드필더를 빼고 들어간터라 더더욱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기용패턴을 봤을 때 주전 출장은 불가능해 보임. 
박지성(3) - 그냥 평범한 요즘 박지성식 경기. PSV후반기의 그 날카로운 공격은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하는 건가. 주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윙플레이에만 전념하는 박지성을 보고 싶다. 다만 선수단을 안정시키는 주장으로서의 능력자체는 좋다고 생각. 
강민수(2) - 아직도 국대 나오고 있었구나.. 하여튼 주전 수비수 출장은 불가능해 보임. 
염기훈(2) - K리그에 비해 자기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전혀 하지못하는 느낌. 날카로운 돌파를 보기 힘들었음. 조커 역할이 좋을것 같지만 만약 이근호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엔트리 탈락 가능성도 있음. 
이근호(2.5) - 활력을 불어넣긴 했지만 염기훈보다 나을 것이 없었음. 몸에 맞지 않는 옷 
설기현(2.5) - 왼쪽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 역시 몸에 맞지 않는 옷. 전술적으로 아예 윙으로 출전하여 이동국과 파트너노릇을 했으면 어땠을까? 어떻게든 공을 연결하고 크로스를 올리려는 움직임은 좋았으나, 장신수비진을 상대로 효과를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음. 직접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 헌데 이천수도 없고 염기훈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윙어와 포워드 백업을 둘 다 할 수 있는 선수인데다 얼마전 골맛까지 본 터라 최종엔트리 포함 확률만은 높다고 생각. 
이동국(3) - 골은 넣지못했지만 비교적 원톱 역할에 충실한 움직임. 결정적인 모습도 한두번 나왔지만 기회 자체가 많이 오지 않았음. 볼을 운반하면서 2선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볼을 배급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음. 박주영과 콤비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서로 공간을 만들어주고 공격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을것 같음. 하여튼 오늘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으므로 앞으로도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음. 조커로 쓰기에도 힘든 유형의 선수이니 엔트리 탈락의 멍에가 조금씩 다가오는 듯. 박주영과 제대로 된 콤비플레이 테스트를 해보고 잘리면 좀 덜 안타까울 것 같은데 그럴 기회가 없어 보이는게 안습.. 
이청용(3) - 볼튼에서 하는 플레이와 비슷한 플레이를 보여줬는데, 다만 전체적으로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지지부진하다보니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는 않았음. 패스가 안 돌면 직접 내려와서 볼을 운반해보면 어떨까 싶음. 하여튼 그대로 우측윙으로 주전 입성 가능성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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