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천재이자 광인 - 크리스토퍼 놀란

세상만사/영화, 애니메이션
2010. 7. 29. 23:00, Posted by ScottRhee

폴 버호벤식 SF의 광팬으로서, CG로 점철된 요즘 SF영화판이 정말 맘에 안드는 저였습니다. 폴 버호벤도 CG의 활용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었지만, 사용한 CG의 질과 그 적절성은 최근의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최근의 CG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며, CG를 사용하더라도 폴 버호벤이나 제임스 카메론처럼 한계를 넘나들며 찜쪄먹을 수준이 된다면 예외죠. 그런데 그정도로 극한의 CG완성도를 추구하고 또 실현하는 감독은 거의 없더라고요. 또한 이것은 CG자체의 기술적인 레벨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버호벤이나 카메론의 초창기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저 감독이 얼마나 CG에 대해 잘 이해하고, 적절히 절제하면서 적재적소에 CG를 배치하느냐의 문제죠. 

robocop23.jpg
이 장면에 사용된 CG는? - 배경화면에 나온 OCP로고 정도 

요샌 그대신에 맥지같이 일단 CG를 들이대고 보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많은듯 합니다. 그런데 전 과장된 CG를 사용한 영화는 몰입감이 너무나 떨어져서 집중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판타지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대적 배경이 어떻든, 과학적으로 그럴싸한 시각적 배경이 동반되어야 영화에 집중이 잘 됩니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저는 영화에 잘 집중을 못해요. 이런 이유로, 현란한 CG를 썼어도 헛점이 존재하는 영상보다는, 조금 소박한 느낌이 들망정 정교하고 끈기있고 현실감있게 구현한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효과를 전 더 선호합니다. 예를 들면, 테크노를 전면에 내세운 맥지의 터미네이터4보다는, 무리하지 않고 착실히 기존 방식에 충실했던 조나단 모스토우의 터미네이터3을 전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보다는 로보캅(물론 1편만)을 더 선호합니다. 

미녀삼총사 - 그냥 이런 게 딱 맥지 스타일이죠.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이사람은 SF영화에 대단한 재능이 있으면서도, 영화의 완성도는 극한으로 높이면서, CG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아날로그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아날로그로 작업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일단 사용한 CG의 질과 적절성은 앞서 언급한 두 감독(버호벤, 카메론)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만큼 최고 수준이더군요. 말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스타일을 거의 다 간직하고 있는, 요즘 영화감독으로서는 아주 드문 형태의 감독입니다. 

폴 버호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자면, 비록 말초적인 맛은 덜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폴 버호벤의 두 배쯤 되는 괴물이랄까요. (저는 말초적인 부분도 무척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아주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나 토탈 리콜처럼 완성도와 말초성을 동시에 갖춘 SF영화가 요새는 전혀 없어요. 하긴 SF영화의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고 있으니 18금 SF영화를 대놓고 만들수가 없는게 현실이기는 하지요.)

인셉션 - 떡밥형 시나리오와 절묘한 특수효과가 일품. 토탈 리콜의 업그레이드 완성형. 

하여튼, 보면 볼수록, 천재 아니면 광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그런 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쩜 그렇게 완벽할수가 있는지... 이런 사람이 아직 젊다는게 참으로 위안이 많이 됩니다. 폴 버호벤은 무려 쉰 살이 다 돼서야 겨우 헐리웃에 데뷔할 수 있었던데다 프랜차이즈 후속작에 관심이 없어서 그 굉장한 프랜차이즈들이 죄다 고사되었고, 카메론은 마지막 대박 이후 무려 10년을 쉬었습니다. 놀란 감독은 가급적 이러지는 말고 SF방면에서 최대한 다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사람이 터미네이터4를 맡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꿈에서도 떠오를 것만 같은 요즘입니다. 

'세상만사 > 영화, 애니메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치와 씨팍 감상소감  (0) 2006.07.03
:

전설이 사라지다 - MYM, 워크래프트3 팀 해체 결정

Game/RTS (W3, SC2)
2010. 4. 2. 16:01, Posted by ScottRhee
원문보기 : http://www.gosugamers.net/warcraft/news/11656-a-legend-bites-the-dust


한때 워3계의 전설적인 게임팀이었던 MYM이, 워3 팀을 영원히 해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굴비, 장재호, 노재욱, 오정기등 수식어가 필요없는 레전드들이 속해있었던 MYM이, 최근에 ReMind(김성식), LucifroN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들을 FA로 풀었습니다. 덴마크 시절의 MYM이 금전적인 문제로 한때 워3팀을 해체했던 것과는 달리, 독일 소유의 구단주에 의해 운영되는 현재 MYM이 워3 파트를 닫기로 한 것은 스타크래프트2 때문입니다. 워3은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 남기기로 한 것이죠.. 

MYM은 분명 곧 스타크래프트2 팀을 창단할것입니다. DeMusLiM이 첫 멤버가 될거라 합니다. 
(역주:DeMusLiM은 유럽의 워3 프로게이머였고 휴먼을 사용했습니다.)

MYM의 현재 CEO인 니콜라스 슐만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워3은 여러 해동안 MYM의 심장이었습니다. 
굴비, 장재호, 주장 오정기, 리만두, 노재욱같은 전설적인 스타들이 MYM의 역사를 찬란하게 수놓았습니다. 
2009년 여름에 MYM이 새출발했을 때에도 워3은 여전히 MYM의 공식 간판 종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새로운 게임들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MYM은 워3을 현역 종목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옛 말에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 하나가 열린다'는 격언이 있듯이, 
우리도 곧 새 싸움터에서 자존심을 걸고 활약할 새 전사들을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 세계를 정복해가는 MYM의 짜릿한 소식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채널 고정하세요!" 

이것은 MYM의 전설이 마침대 종말을 고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4Kings, SK, 월드엘리트 팀과 치열한 라이벌 관계였던 MYM이 결국 문을 닫음으로써, 남은 팀들은 워3 프로게이밍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습니다. 

넘버 원 팀 MYM은 게임 안팎으로 팬들에게 멋진 기억을 많이 남겨주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MYM은 당연히 지금과 똑같은 위치로 활약하게 될 것입니다. 

----------

장재호가 전성기를 보냈던 소속팀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수의 팬을 자랑했던 MYM.. 그 모든 것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야 할 시간이 된 듯 합니다. 우리나라같으면 스타1의 눈치를 보느라 이렇게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했을텐데, 서양인들은 역시 최신게임이 우선인가 봅니다. ^^ 

바이바이 MYM! 스타2에서도 너를 응원할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무대에서 많이 만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