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베다 위키 (+ 엔하위키 미러) 사태를 보면서.

세상만사/사는 이야기
2015. 5. 5. 10:11, Posted by ScottRhee

여러 가지 분석이 많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주된 이유는 결국 돈벌이일 것이다. 

운영자가 스스로 밝혔듯이 리그베다 위키의 인지도와 높은 페이지뷰는 결코 놓치기 싫은 고기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돈 벌어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 

약간의 투자로 그 거대한 페이지뷰를 다 먹을 수 있다면 솔깃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버에 돈을 투자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광고를 달아도 별로 욕먹지 않을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실제로 서버 운영비 명목의 광고는 NC조항이 있더라도 굳이 막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일단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라고 보는데, 이게 굉장히 애매하고 아직 국내에 관련 판례도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CC코리아에서는 서버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한 광고는 허용된다고 밝혔는데, 서버 운영비라는게 물리적인 장비 운영 원가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인건비도 당연히 운영비에 포함된다. 운영자 인건비가 매월 천만원이라 해도 인건비는 인건비다.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남겨도 인건비라고 둘러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 실질적인 관련 판례가 생기지 않는 한,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판례가 생긴다면 아마도 어느정도까지의 비율로 인건비와 운영원가가 비영리사이트의 운영비조로 허용될지에 대한 기준이 생길 것이다. 


문제는 이걸 누가 고소 고발해서 판례를 만들어내냐는 것. 판례가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유저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수함패치로 바뀐 약관이라든지, 중간에 일어난 저작권 표시 변화 등 객관적으로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훨씬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어쨌든 이쪽은 비교적 사실관계가 명확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비영리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판례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자, 본진과 미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혹자는 그 문제는 곁다리에 불과한 문제라 하는데, 보자. 만약 리그베다 위키가 초반의 삽질을 극복하고 미러 없이 모든 페이지뷰를 다 먹고 있었다 치자. 그랬다면 무리하게 저작권규정 변경 등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냥 광고 붙여서 운영비로 쓴다고 하고 잘 먹고 잘 살면 되니까. 현재는 법이 애매한게 사실이므로 소송이 걸릴때까진 잘 먹고 잘 살았을 거다. 헌데 문제는 초반의 삽질로 미러가 생겨났고, 모든 응가는 자기가 치우고 있는데 페이지뷰는 미러가 먹는 골때리는 일이 생겨나버린 것이다. (미러가 초창기 로드를 분산시켜준 고마운 존재였던건 사실이겠지만 지금은 이 문제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결과가 중요할 뿐.) 미러는 완전히 동일한 라이센스를 사용하며 광고도 똑같이 붙어있으므로 본진 운영자 입장에선 아무리 미워도 도대체 떨궈버릴 방법이 없다. 본관의 광고를 내려버리면 할말이 생기겠지만 이러면 한몫 잡아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 그럴 수도 없고.. 결국 허락받지 않은 미러링을 모두 불법으로 만들기 위해서 라이센스 규정을 변경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래야 미러를 떨쳐버릴 수가 있으니까. 본진이 최근에 보여준 장대한 삽질들은 결국 미러를 떨쳐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돈이고. 


본진 입장에서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선 본진이 원하는대로 미러만 시망이 되고 본진이 페이지뷰를 다 먹는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걸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잘 해야 현상유지일 뿐.. 본진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러를 결코 떨쳐내지는 못할 것이다. 본진 입장에선 두고두고 빡치겠지만 방법이 없다. 그리고 본진이 망해도 미러는 건재할거다. 그때쯤엔 분명 리그베다 위키의 대체재가 활성화돼있을 테고, 그 사이트에 대한 미러링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니까. 다만 광고가 문제인데.. 결국 이건 누군가 직접 고소 고발을 하고, 판례가 생겨야만 해결된다. 


미러가 그냥 자꾸 태클을 거는 본진을 포기하고 아예 독립을 시도하는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으나, 미러 입장에선 지금의 구조가 가장 꿀을 빠는 구조다. 회원관리나 수정기능등 귀찮은 기능들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이미지 서버도 둘 필요가 없으며, 내용에 대한 태클도 그냥 본진에 전가하면 되니까. 페이지뷰만 딱 먹고 땡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거다. 독립을 해서 그 귀찮은 것들을 모두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위키의 특수성에 기반한 것 같다. 기여자보다는 구독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수정자가 신나서/빡쳐서 열심히 글을 수정하는 와중에 광고에 신경쓸 이유 자체가 없으니까.) 그래도 본진이 망해버리면 미러도 망하니까 타격이 있겠지만, 미러 입장에선 URL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하니 미리 다른 위키에 대한 미러링으로 갈아타든지, 정 안되면 귀차니즘을 감수하고 독립하면 되겠지. 그러니 본진 입장에선 아무리 빡쳐도 도대체가 답이 없는 것. 


나한테는 이런 기회좀 안 오나.. 돈벌기엔 이런 게 최고인데 말이지. 삽질은 딴 사람이 하고 책임도 딴 사람이 지고 돈은 내가 버는. 한순간의 실수로 이런 돌이킬 수 없는 빨대가 꽂히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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